한국 사회는 여자로 태어나서 마음편하게 살기엔 정말 힘든 곳인가 봅니다.
엊그제 또 한번 우리 사회를 온통 경악시켰던 유괴되었던 한 여자아이의 참혹한 주검 발견소식과 살해범의 체포소식도 그렇고 늦은 밤에 전철이나 버스가 끊겨 여자가 택시를 타면서도 도무지 안심이 되지 않을뿐더러 한 여성의 영혼과 육체를 송두리째 파괴하는 성범죄가 공공연히 벌어져도 우리네 사회 통념상 가해자인 남성보다 피해자인 여성이 그 사실을 더욱 부끄러워해야 하고 숨길 수 밖에 없는 요상한(?) 세상이 바로 우리네 사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글쓴이는 바로 어제 오후에 이런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는 상황을 겪게 되었는데 오늘은 그 사연을 한번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어제 오후 3시경이었습니다.
글쓴이는 어머니로부터 다급한 한통의 전화를 받게 되었는데 내용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당시 회사에서 업무중이었던 글쓴이에게는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여동생이 한명 있는데 며칠간 회사에서 진행하던 프로젝트를 마치고 모처럼 어제는 집에서 쉰다며 수원에 사는 지인(?)을 만나러 간다는 말만을 얼핏 듣고 글쓴이는 아침에 출근을 했었는데 수원에 간다던 그 여동생에게서 어머니 휴대폰으로 SOS문자 메시지가 왔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글쓴이의 어머니가 어제 오후에 받은 여동생의 SOS문자 메시지의 모습>
위급하니까 도와달라는 문자를 접한 글쓴이의 어머님은 몹시 놀라시고 걱정을 하시며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전원이 꺼져있다는 메시지만 나온다며 글쓴이에게 동생에게 무슨 일 생기면 어쩌냐고 전화가 온 것이었습니다.
어머니에게 그런 내용의 전화를 받자 글쓴이는 일단 어머니에게 여동생이 실수로 SOS문자 버튼을 잘못 눌러서 그랬을 거라며 안심시킨 후 전화를 끊었지만 글쓴이도 내심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우선 여동생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역시나 전원은 꺼져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글쓴이는 동생이 사용하는 휴대폰의 해당 이동통신사에 전화를 걸어서 사정을 설명한 뒤 발신자 추적을 의뢰했더니 상담원이 대번에 하는 말이 SOS문자 버튼을 잘못 눌렀을 경우도 있다며 자기들이 전화를 해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했는데 얼마 후 다시 연락이 와서는 전원이 꺼져있고 최종발신지는 수원이라는 답변만 듣게 되자 글쓴이는 이럴 줄 알았으면 아침에 좀더 자세히 누구를 만나러 가는지 동생에게 물어보는 건데라는 후회와 함께 속이 바짝바짝 타기 시작했습니다...
점심시간은 이미 지나버렸고 한창 업무를 봐야 하는 시간에 아직은 무엇 하나 확실치 않은 문자 하나를 이유로 장시간 외출을 한다고 할수도 없는 노릇이고 업무는 업무대로 머리속에서 정리가 안되면서 자꾸만 불길하고 두려운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이동통신사의 전화를 받고 난 후 글쓴이는 30여분간 마음을 졸이다가 이번에는 경찰서에 신고를 하기로 했는데 이번에도 경찰의 답변이 본인의 실수로 온 메시지일 가능성을 언급하며 일단 신고를 해도 바로 접수가 안되고 공문을 작성해서 해당 이통사로 통보를 해서 최종 휴대폰 발신지를 확인한 후에 수사를 시작한답니다.
그러면서 잘못 걸려온 문자일 수 있으니 조금 더 기다려보라고 하더군요...
굳이 경찰이 말하지 않아도 글쓴이 역시 여동생이 한 두살 먹은 어린애도 아니며 사리분별이 확실한 성인이기에 설마 무슨 일이야 있을까 싶으면서도 자꾸만 걱정이 되어서 거의 10분 단위로 계속해서 동생에게 문자도 넣고 전화도 걸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가슴 졸이기를 약 5시간 정도 하면서 퇴근 시간이 가까와지니까 몸에 맥이 탁 풀리면서 안색도 많이 나빠졌는지 회사동료마다 무슨 일 있냐고 물어보는데 애써 별일 아닐 거라고 태연한 척을 하려 해도 초조함과 불안함이 얼굴에 배어 나오는 것을 숨길수는 없었나 봅니다...
당시에 글쓴이의 머릿속에는 온통 회사근무시간이 빨리 끝나서 밖으로 나가 경찰서든 이동통신사든 직접 찾아가서 조속히 여동생의 행방을 찾아달라고 할 마음뿐이었는데 저녁 8시무렵이 되어서야 글쓴이가 애타게 기다리던 여동생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불길한 생각들을 애써 쫓아내며 오후내내 가슴졸이며 걱정했는데 여동생의 음성을 확인하니 일단 감사한 마음이 들면서도 왜 이 시간까지 전화를 받지 않았느냐고...그리고 SOS문자 메시지는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고 따졌습니다.
그랬더니 동생이 하는 말이 자신은 그런 문자를 보낸줄도 몰랐다면서 아마 자신이 실수로 무언가 잘못 눌러 그랬던 모양이라고 하며 수원에서 친구랑 만나 재미있게 놀다가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휴대폰을 확인했는데 배터리가 다 되어서 여분의 배터리를 끼웠더니 어머니와 오빠(글쓴이)의 문자가 수두룩해서 무슨 일인가 싶어 어머니에게 전화를 했는데 받지를 않으셔서 오빠에게 전화를 했다고 말합니다.
글쓴이는 그 말을 들으면서 오후내내 가슴졸였던 마음속의 긴장들을 내려놓으면서도 집에 일찍 들어오라는 때아닌 잔소리(?)와 함께 어머니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빨리 안심시켜 드리라고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리고 글쓴이도 어머니에게 동생이 무사하다는 소식을 전화로 알려드렸는데 이미 어머니는 오후내내 걱정스럽고 두려운 마음에 가슴이 놀라서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다고 하시면서 청심환을 3알이나 드셨다는 말을 듣고 전화기를 내려놓은 뒤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글쓴이도 그렇고 이통사나 경찰서에서도 그랬듯이 SOS문자메시지 버튼을 잘못 눌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일차적으로 하는 것이 확실치 않은 어제같은 상황에서는 최선일 것입니다...
문제는 글쓴이가 아무리 이성적으로 SOS문자 메시지를 단순한 여동생의 실수로 생각하려고 해도 요즘 우리네 사회에서 벌어지는...
특히나 여성과 관련된 각종 흉폭한 범죄를 떠올리면 자신도 모르게 소름이 끼치고 불안한 마음이 들었고 당시에 하던 회사 업무조차 손에 잡히지 않을만큼 착잡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한편으론 두려운 심정도 생기던데 글쓴이가 괜히 확대해석했던 것일까요...
당시에는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고 해도 만에 하나 SOS문자메시지의 내용이 실제 상황이라는 생각만으로도 글쓴이는 속이 타고 가슴이 답답하던데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그러니까 만약에 여러분의 가족중에...이를테면 여동생,애인 혹은 아내나 어린 딸에게서 어느 날 SOS 문자 메시지가 온다면 ...
그리고 위에 글속에서처럼 전혀 연락이 되지 않고 정확한 소재파악조차 되지 않는다면 이동통신사나 경찰서의 답변처럼 단순한 실수라 여기며 태연히 있을 수 있겠는지를 글쓴이는 여러분에게 물어보는 것이며 SOS문자 메시지 하나에도 무슨 사고가 터지진 않았을까 하고 마음을 졸이고 신경을 곧두세울 수 밖에 없는 우리네 사회의 현실이 몹시 개탄스럽고 절망적이며 너무나 공포스럽다고 여겨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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