챠닝이네/이등병 이야기
군 복무 기피 청년들이 왜 이렇게 많은가
Army 오기 전에
2008. 2. 5. 11:40
군 복무 기피 청년들이 왜 이렇게 많은가 |
[경기일보 2008-2-5] 사설 |
우리나라 청년들이 어쩌다 이렇게 나약하고 비겁해졌는가. 일부이긴 하지만 일부러 신체를 훼손시켜 군 복무를 피하려 한 사실이 무더기로 적발된 것은 원인 여하를 불문하고 수치스러운 노릇이다. 병역은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누구나 거쳐야 할 신성한 의무다. 젊은이들의 사회적·국민적 통과의례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오죽하면 군 면제자나 단축근무자에 대해 ‘신의 아들’이나 ‘장군의 아들’이란 말이 나왔겠는가.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더 자괴감을 금할 수 없다. 20, 30대 남성 가운데 절반 이상이 ‘여건이 되면 군 복무를 피하겠다’고 응답했다. 병역 기피 현상이 우리 사회 전반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음을 시사한다. ‘현역복무 회피’ 사례는 저능적인 수준이다. 축구를 하는 데 크게 지장이 없는 왼쪽어깨를 늘어뜨려 뼈마디를 어긋나게 하는 등 일부러 신체를 훼손시킨 뒤 현역복무를 피하려 한 축구선수 등이 무려 100명에 달한다. K리그 소속팀 현역 선수를 비롯, K-2(실업)·K-3(아마추어) 리그 출신들과 대학 소속 선수들도 형사처벌 대상이라니 여간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 다른 종목과 달리 축구는 상무팀 등에 선발되지 못하고 2년간 운동을 중단하면 단련됐던 근육이 풀려 선수생활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도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도록 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린 시절부터 축구만 한 이들은 K-2나 K-3에 몸 담으며 나중에 지도자 생활이라도 하려는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금은 개선됐다고 하지만 ‘지속적인 연습’을 통해 특정 부위에 힘을 줘 혈압을 높이거나 브로커 조직이 대신 혈압을 재주고 병역 급수를 낮추는 등 병역 판정과정의 제도적 허점도 드러났다. 축구계만 해도 이 정도이니 사회 전 분야로 수사를 확대할 경우 어떤 사태가 드러날지 심히 우려스럽다. 축구 선수들의 병역 비리는 빙산의 일각일지 모른다. 문제는 축구선수들이 사용한 수법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적될 만큼 오래 전부터 소문이 난 병역비리라는 사실이다. 당국의 태만과 방기는 묵과할 수 없는 고질병이다. 일부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도덕적 해이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7월 병역특례 제도를 악용하다 적발된 사람들 중 상당수가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아들로 드러난 것이 단적인 예다. 병역 면탈 혐의 전원에 대한 재신검과 법적 조치는 물론 병무행정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 군대에 가면 손해라는 인식을 근본적으로 불식시키는 방안도 함께 마련하기 바란다. |